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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280 내가 글을 쓰는 이유 [4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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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ATE : 2020-01-26 09:51:45 / READ : 24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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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뇌는 소화 기관이다. 

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들어오면 그것들이 금새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머릿속을 이리저리 맴돈다. (주로 분노가 많이 맴돈다.)

그러는 동안 생각은 머릿속에 지방처럼 저장되거나 어떤 깨달음이 되어 내 삶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된다.

그 에너지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소화 과정이 끝나면 남은 찌꺼기들이 빠져나와야 할 터인데, 그 배설물들이 바로 나의 글이다.

다시 말해 글이란 내가 뇌로 싼 똥이다.




똥이 배출되지 못하고 안에서 쌓이면 변비가 되듯이 내 배설물들이 머릿속에 쌓이면 생각이 막힌다.

다른 쪽으로는 생각이 안 트이고 계속 생각을 가로막는 어떤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.

그때 나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는 몸이 되버린다.

노트에다 펜으로, 모니터에다가 키보드로 똥을 싸질러야지만 내 묵은 변비가 쑥하고 내려앉는다.






사람들이 가끔 나한테 그런다. 왜 입으로 똥을 싸냐고.

그럼 나는 박수를 친다. 넌 날 잘 아는구나.

심지어는 내가 싼 똥을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다. 

"글이 참 좋네요.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."

앤디 워홀은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고 했던가.

글쟁이들은 똥을 싸는데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. 심지어는 유명해지기까지 한다.

즐거운 인생이다.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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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똥같은 글만 쓰다가 어느 날 알게 된 미술 작품 하나. 

위 작품은 벨기에 출신의 설치미술가 빔 델보예의 ‘클로아카 오리지널(Cloaca Original)’이다.

높이 270cm, 길이가 10m에 달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소화기관 메커니즘을 그대로 재현했다. 

음식물을 넣으면 내장기관을 본뜬 실험관에서 박테리아를 만나 소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실제 "똥"이 되어 나온다. 

10m짜리 똥을 싸는 기계라니! 

빔 델보예는 이렇게 만든 똥을 한 덩어리당 1000달러씩 판매까지 했다.

똥을 싸기 위해 이렇게 웅장하고 찬란한 기계까지 필요하다니, 게다가 똥 하나가 100만원이라니!

순간 내가 싸지르는 개똥같은 글들에 엄청난 자부심이 들었다.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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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다.

10m짜리 기계까지 동원해야 하는 그 일을 일기장에, 혹은 인터넷에 저지르면서

매일을 쾌변의 상쾌함으로 살아가고 싶다.















P.S) 똥 만드는 기계가 똥을 싸는 모습
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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